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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글> 정당공천제 논란과 지방자치 혁신

by 경남지방자치센터 2014. 3. 10.

정당공천제 논란과 지방자치 혁

조유묵(경남지방자치센터 상임이사)


6‧4지방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안철수 신당(새정치연합) 등 3자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최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제3지대 통합신당 창당에 전격 합의하면서 전혀 새로운 선거국면으로 접어든 느낌이다. 이에 앞서 새정치연합은 민주당과 새누리당에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을 이행하라고 압박하면서, 새정치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즉 무공천 선언을 하였다. 또한 이번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합의의 이면에도 기초지방선거 무공천 합의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대선 당시 대선후보들의 공약이었던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가 커다란 논란이 되었다.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과 앞으로 창당될 통합신당의 무공천 선언이 한국의 지방자치와 정당정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쉬운 점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만 매몰되어 정작 지방자치개선을 위한 중요한 의제들은 또다시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최소한 지방선거에서 정당이나 정치세력들이 지역 내에서 정치적 성과로 평가받고, 지역과 관련된 정책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가로막고 있는 정당제도, 선거제도 등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토크빌은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학교”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과연 그러한가? 한국의 지방자치는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1991년 지방의회 의원선거부터 부활하기 시작해 올 해로 22년을 맞이한다. 지방자치 부활되고 22년이 지나면서  한국사회, 특히 지역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제도,환경의 변화는 물론이고, 주민위주의 행정구현, 행정서비스 개선, 지방행정의 정책과정 참여 등 지역 행정에 대한 주민참여의 폭이 넓어지는 등 여러 영역에서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22년이 경과된 지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방자치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지방정치 현실을 보면 지방자치가 그 자체로 지역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리 지역사회의 지방정치 구조를 보면 일당 지배의 모습을 보여왔고, 현재도 예외가 아니다. 중앙에서와 달이 지역사회에서 경쟁과 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독점적 지역정당체제와 그에 따른 일당 지배이다.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도 여기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정당공천제 논란은 다양한 찬반 주장이 있고, 나름의 합리적 이유와 근거도 있다. 정당공천제 논란은 지방선거에 정당의 참여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이지만, 아쉽게도 이번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에서 폐지와 유지에 따라 발행하는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대안제시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지방자치와 지방정치를 정상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거대 정당 독점의 정치구조와 타파와 정치진입 장벽을 낮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제도, 선거제도, 정당제도 등이 혁신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그 개선 방향은 민주적 지방자치와 지역민주의 실현을 위한 방향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때, 정당공천제 폐지는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는 방안은 물론이고 본질적인 문제도 아니다. 단편적으로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소속정당을 경력란에 표시하거나 자신이 특정 정당의 지지 또는 추천을 받고 있다는 것을 표방하는 것까지 금지시킬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기초의원 후보자가 특정정당으로부터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존의 묻지마 투표‘ 현상을 완화시키는 측면에서 보면, 정당별로 기호를 일률적으로 부여하는 것을 폐지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다른 나라처럼 정당에 따라서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수도 있고 공천할 수도 있다. 후보자의 경우도 정당(공천)을 선택하던, 무소속을 선택하던 자유롭게 하면 되는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볼때, 한국사회의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최소한 지방선거에서 정당이나 정치세력들이 지역 내에서 정치적 성과로 평가받고, 지역과 관련된 정책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가로막고 있는 정당제도, 선거제도 등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한 몇가지 과제로, 정당만이 독점하고 있는 공천권을 제한하고, 정당설립요건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지역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려면 중앙정당의 조직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정당만을 정치적 결사체로 인정하는 것은 커다란 문제이다. 우리의 경우 정당법에서 정당의 설립요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5개 이상 시‧도에서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이 있어야 정당을 설립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은 세계적으로도 예가 별고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설립요건도 완화해야 하고, 지역정당(local party)등을 비롯한 지역적인 정치조직도 인정해 이들 단체에게 후보 추천권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내에서 다양한 정치세력이 지역정책을 놓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기초지방의회의 소지역주의, 광역지방의회의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등 전면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기존 거대 정당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정당중심의 후보자 기호 부여제나 국고보조금 문제도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쉽게도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앞에서 거론한 중요한 제도개선에 대한 의제들은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에 묻혀 부각되지 못한 채, 이번 선거도 전국 규모의 정당 중심의 선거, 중앙정치에 종속되는 흐름 속에서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걸리고 힘들더라도 공천과정의 민주성과 투명성 확보, 정당, 정당정치의 정상화를 위해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사회가 노력해야 한다. 또한 기성 거대 정당이 자신의 기득권 내려놓기를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로 면피할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정치진입과 자발적인 정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현행 정당법 등을 대폭 개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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