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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글> 창원은 배반의 도시인가?

by 경남지방자치센터 2014. 3. 10.

 창원은 배반의 도시인가
                                                                조현철(대양수산 대표)


 

1982년 3월 27일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시작됐을 때, 이 지역의 야구팬들은 먼저 우리지역의 연고팀이 어디인가 궁금해 했고, 그 팀이 롯데자이언츠라는걸 알고 나선 아무조건 따지지 않고 열렬히 응원한 야구팬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자이언츠 팀이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프로야구 팀이라고 믿고, 우직하게도 30년 가까이 응원해왔었다. 돌이켜보면 구단에서 선심 쓰는 듯 1년에 겨우 몇 게임 치르는 걸로 푸대접했어도, 1982년 전국체전을 위해 급히 완성된, 위험하고도 관람하기 불편한 야구장이어도, 그러려니 하고 참고 지내왔던 세월이다. 그러던 중 2010년 10월 창원시에서 프로야구단을 유치하겠다고 하고 엔씨소프트란 회사에서 야구팀을 창단하겠다더니 일은 일사천리로 풀려 2011년 3월 정식으로 창단승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제야 이 지역의 야구팬들이 맘껏 응원할 수 있는 진짜 우리지역의 팀이 생긴 것이다. 시작은 장밋빛 일색이었다. 박완수 당시시장은 엔씨구단측에 모든 편의를 다 제공할 것처럼 얘기하고 다녔다. 우선 100억을 들여 현 마산야구장을 개, 보수하고 3만 명을 수용하는 국내 최고의 최신식 야구장을 짓겠다더니 다른 한쪽에선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짓자니까 아예 돔구장을 짓자고 하고,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지만 그땐 쏟아지는 야구장 관련 뉴스만 봐도 기분이 좋았던 때다. 당시 프로야구계에서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다는 김택진 구단주의 등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고, 그 기대에 걸맞게 착실히 팀을 만들어 2013년 전체 9팀 중 7위를 차지하는 믿기 어려운 좋은 성적을 냈다. 야구에 굶주려있던 이 지역 많은 야구팬들은 직접 경기장에 찾아와서 평균 홈경기 관중수 5위에 오르게 되고 야구경기가 열리는 날은 인근 산호동이 떠들썩하게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우리창원시는 이 팀에게 어떻게 했던가. 새 야구팀 이름을 “아구스”라고 지어달라는 아귀찜 상인들의 주장이나, 엔씨소프트 본사를 창원으로 옮겨달라는 일부 정치인들의  생떼는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2016년 3월까지 25,000석의 새야구장을 신축하기로 한 것은 애초 창원시가 프로야구팀의 연고지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었고 창원시는 거기에 동의했다.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은 구단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100억원 이라는 거금을 보증금 형식으로 예치하였다. 처음에는 창원시의 여러 지역을 후보지로 정하고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겨 적합한 장소를 찾는 듯 하더니 최종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누가 봐도 야구장터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진해 여좌동으로 결정되었다는 뉴스를 본 순간 모든 야구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한국야구위원회와 엔씨를 포함한 9개 구단 모두가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창원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결정했다는 것은 명백했다. 여론이 창원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국토교통부는 야구장건립예산중 국비 250억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 구단이 희망하지 않으면 여좌동부지의 그린벨트 해제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이제 사실상 진해야구장은 물 건너 간 것이다. 그러고도 창원시는 아무런 말이 없다.

 

난 지금까지 창원시가 보여준 후안무치하고도 신의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오히려 적반하장의 행태에 엄청난 분노를 표한다. 야구장입지를 최종결정하는 박완수 당시시장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박 전시장 본인은 도지사를 해보겠다고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선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시장을 사퇴해버렸다. 시청사나 도청사 얘기에 혹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연관이 있을까봐 끝까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지역 정치인들도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꼬일 대로 꼬인 야구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야구장이 있어야하는 장소에, 야구장을 사용할 주체가 원하는 곳에 야구장을 지으면 된다. 거기에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은 집어치우자. 그토록 균형발전이 중요한 사람들이 시명칭이나 시청사 정할 때는 무엇을 했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진해야구장이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라면 지금 매립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해양신도시도 하나의 대안이 아닐까 개인적으론 추천하는 곳이다. 

 

요즘 울산과 포항에서 엔씨구단에 연고지를 옮기라고 추파를 보내고 있다. 관련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당장 옮기라는 내용부터 창원시를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며 창원이 마치 배반의 도시인 것처럼 비쳐줘 창원시민으로써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제 더 이상 부끄러워 지지말자. 일부 정치인들의 일탈에 시민들이 상처받는 일은 이제는 멈춰야한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이 정치를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창원은 배반의 도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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